4월초에 주문받은 토종닭을 3일에 걸쳐 드디어 오늘 모두 보냈습니다. 솔직한 이 농부의 심정은 시원하고 섭섭하지만 무엇보다 기쁩니다. 너무 기쁩니다. 무엇이 그렇게 기쁘냐구요?

닭을 키우는 지난 100일동안 애간장이 다 녹았다는 표현이 적당할까요? 정말 하루도 마음 졸이지 않은 날들이 없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데로 더우면 더운데로 .. 개라도 짖는 밤이며 "혹시 오소리가 내려와 또 닭을 물어가지 않을까?" 급한 마음에 자다가 속옷 바람에 뛰쳐나가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모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늘 근심과 걱정에 잠 한번 제대로 못이루는 나날이었습니다.

미리 약속을 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여러분들과 했던 약속을 모두 어기게 된다는 압박감에 가족들한테까지 이렇게 애타는 마음 숨기며 속으로만 삼켜야했습니다.  






여러분들과 약속했던 배송일은 다가오는데 닭들이 잘 크지 않습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너무 급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보름전부터는 입맛이 싹 달아나고, 잠은 오지않고, 마른침만 꿀꺽 꿀꺽 삼킵니다. 

닭을 10년가까이 키워왔고, 나름 닭에 대해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최대한 자연에 맡겨두려고 오래전부터 방사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자연에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 중 기온과 날씨는 닭들이 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올 봄 이상기온과 초여름 갑자기 높아진 기온과 그리고 최근 몇주간 계속된 우중충한 날씨는 닭들이 크는데 큰 방해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본래 계획은 7월 초순에 모두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잡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닭은 조류의 한 종류로써 국가에서 지정한 가공장에서만 가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복이 있는 7월 중순에는 엄청난 물량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하지만 저희처럼 자연방사로 키운 토종닭은 털이 거칠고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몇배나 더드는 작업을 받아주질 않습니다. 몇날 몇일이고 밖에서 밤을 새서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닭들이 계획대로 크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는 것입니다.


시간이 하루하루 갈수록 마음이 타들어갑니다. 눈에 핏줄은 이미 빨갛게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닭들은 이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자작 산 속만 뛰어답니다. 그렇게 100일을 키우고 열흘이 더 지나서야 (초복을 5일 앞두고) 하늘이 도왔는지 수탉들 위주로 살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사실 7월초부터 이 농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닭을 가공장으로 보내고 포장을 하고 닭을 받아 다시 아이스박스에 넣고 마지막 포장을 하는 마지막 3일동안 잠 한숨 못잤습니다. 아니 잘수가 없었습니다. 초복에 맞춰 온가족이 둘러앉아 들뜬 마음으로 따뜻하고 소중한 한끼식사를 기다려온 분들의 기대를 이 농부가 져버릴수도 있다는 큰 부담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초복이 있는 그 주말전까지는 모두 보내자! 물리적 한계는 이미 끝까지 다달았지만 정신적으로 버틸수 밖에 없었고, 그 마음이 통했는지 주위분들이 나서서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정성스럽게 한마리 한마리 포장을 시작해 오늘 마지막으로 닭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무사히 잘 도착하기만을 바랄뿐입니다.

비록, 초복날에 맞춰 보내드리지 못했지만.... 지난 100일이 넘는 시간동안 이 농부 닭 한마리 한마리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키워 제대로 된 닭을 보내드렸기에 한켠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또 한켠으론 자부심을 느낍니다.

부디,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농부드림-





덧,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올해 드시는 닭이 마지막 닭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닭을 못키울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저희가 사용하는 A등급 사료값이 60%가까이 올랐고, (그렇다고 A등급을 B,C등급 사료를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부자재 비용이 올라 모든걸 다 합산해보니 앞으로 이런식으로 KG식 철창에서 키우는 닭이 아닌 자연 방사로 닭을 키워내는 건 닭 뿐만 아니라 농장운영 자체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무작정 올려 이웃님들께 부담을 드릴수가 없기 때문에 아마도 내년부터는 토종닭 키우는게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Posted by 하늘과계란
TAG 토종닭

올 봄 농촌진흥청에서 전국 몇몇 농가에만 보급한 "우리 맛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병아리를 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참 열심히도 키워왔습니다. 보통 시중에 보급된 닭들은 30일 정도면 출하가 되는 반면에 저희 농장에서 키우는 우리맛닭은 100일정도 키워서 출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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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키운 보람이 있는지 얼마전부터 주위 지인분들께 한두마리 잡아서 맛을 선뵈이고 있는데 "육질이 쫀득쫀득하고 참 고소하다", "예전 70년대 먹을거 귀하던 시절 먹던 그 맛이다." "이런 닭은 처음 먹어본다"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이 농부는 어떤 숫자 계산을 떠나 열심히 정성스럽게 키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Posted by 하늘과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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